이번에 아바타 3를 보고 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던 생각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신이나서 앞서 리뷰만 벌써 세편이나 썼는데요, 이야기나 전투, 인물에 대한 리뷰는 이미 충분히 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바타라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도 많고 생각하게 하는 지점들도 너무 많아서 결국 추가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 개봉일에 아바타 본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그 친구들하고도 영화 얘기하다 보니까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 리뷰가 되길 바라며!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나 액션보다는,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와 영화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외부인이 영웅이 되는 구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바타라는 존재는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아바타라는 개념은 사실 우리에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아바타 문화가 굉장히 크게 자리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를 대신해 표현되는 또 다른 캐릭터로서, 옷을 입히고 감정을 표현하고 아바타의 방을 꾸미면서 나를 드러내던 존재였습니다. 온라인 상 화폐였던 도토리를 사고 아바타 옷을 사고, 친구들끼리 선물도 해주면서 아바타를 꾸몄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 아바타라는 단어 자체는 이미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아바타는 온라인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tangible 하게 살아움직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훨씬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에서는 나의 신경과 감각을 그대로 연결해 아바타의 몸으로 접속하게 됩니다. 실제로 아바타의 몸으로 활동하는 인간들의 움직임이나 대화 감정 등을 보면, 그 상태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각과 생각은 분명히 그들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단지 외형만 다를 뿐, 느끼는 고통과 기쁨, 판단과 선택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됩니다. 하지만 육체는 실제 나의 것이 아닌데, 나의 의지대로 아바타를 움직일 수 있다고 그게 정말 '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본체와 아바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두 군데모두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꿈속에 있는 나와 현실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과도 비슷하게 다가옵니다.
1편에서는 그래도 본체와 아바타가 공존하는 구조였지만, 이후 시리즈에서는 본체가 죽고 기억과 감각, 의식이 모두 아바타에 남게 되는 케이스가 많아집니다. 주인공 제이크도 그렇고 악역으로 나오는 쿼리치와 그 부하들도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질문은 더 깊어집니다. 원래의 몸은 사라졌고 새로운 육신에 들어간 내가 과연 이전의 나와 같은 존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기억을 백업하고 감각을 그대로 옮기고 자의식이 똑같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있는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과연 내가 아바타의 육체로 옮겨갔다면, 그게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고 들더군요. 결국 이 영화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던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자연과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시선
아바타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핵심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는 분명히 상상 속의 세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삶과 지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이슈들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툴쿤이라는 생명체는 보는 순간부터 고래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거대한 몸집, 포유류처럼 새끼를 옆에 끼고 돌보는 모습, 높은 지능과 언어 체계까지 자연스럽게 고래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는 우연이라기보다는 명확한 비유로, 감독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고래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아온 존재입니다. 무분별한 포경으로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생활 반경이 줄어드는 등 위협을 받고 있는 고래 무리들이 많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카이피플, 즉 인간들에게 툴쿤이 자원으로만 취급되고 무분별하게 학살당하는 장면들은 정말 끔찍합니다. 이들에게는 툴쿤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아주 소량의 액체 암리타만 뽑아내려는 것이 목적인데, 이 액체를 얻기 위해 툴쿤이 생 명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공격을 합니다. 툴쿤들이 공격적이지 않고 새끼들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서 몰아넣고 창살을 찔러넣어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는등, 정말 잔인하고 비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난 2편에서도 이 장면 보면서 친구랑 같이 너무하다고 나중에 엄청 욕을 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이런 모습은 우리가 현실에서 자연과 생명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습니다. 판도라에서 스카이피플이 벌이는 행동을 보며 우리는 분노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그 스카이피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순에 부딫치게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소비하고 파괴합니다. 생명체를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원으로 취급합니다. 아바타는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며 스카이피플을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은 우리 자신, 자기 자신을 향한 비판이 된다는 점 말입니다. 이것은 저를 포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제가 취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없이, 그러면 안된다 비판만 하고 있으니까요. 이렇듯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연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외부인이 영웅이 되는 서사가 남기는 질문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제이크 설리의 서사입니다. 모두가 아는 것 처럼 제이크는 처음부터 나비족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스카이피플이었고,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비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 외부인입니다. 인간출신이란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외형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손가락이 다섯 개인 것입니다. 나비족은 손가락이 4개인데, 제이크를 비롯해서 혼혈로 탄생한 그의 아이들 중 로아크도 손가락이 다섯개 입니다. 아바타 3 초반에 영혼의 숲에서 로아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네테이얌이 '하이포!'를 외치는 귀여운 장면도 있죠. 네테이얌은 순수 나비족인 엄마를 닮아 손가락이 4개인 겁니다. 이런 점만 봐도 그는 분명히 다른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역경을 거쳐 토르크 막토, 즉 나비족의 구원자이자 영웅이 됩니다. 영화적으로는 분명히 카타르시스를 주는 구조이며,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쉬운 서사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설정이 주는 불편함과 어색함 존재합니다. 외부인이 공동체에 들어와 결국 그 공동체의 상징적인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사실 낯설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반복되어 왔던 구조이고 많이 차용되었던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이기에 내부에서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본다던가, 내부에서는 발현되지 못한 다른 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던가, 본인도 스스로 적응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웅이 되는 등의 재미 요소가 따라옵니다. 반면 결국 외부인의 구원 서사가 그려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이 서사가 과연 온전히 설득력이 있는지, 혹은 익숙한 영웅 서사의 변주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키리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인물입니다. 에이와의 선택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출발점은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에게서 태어난 존재가 나비족 중에서도 가장 영적인 힘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후에 나오는 아바타 4,5편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좀 더 자세하게 풀어질 거란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이번에도 정말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친구들이랑 말하면서도 할 말이 정말 많았는데 아직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네요. 아바타는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 관객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인게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앞으로 아바타 4,5편에서는 어떤 스토리가 이어질지 어떤 결말로 향할지, 이 질문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아바타 4편은 29년 12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4년 뒤 그 날이 정말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