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3 불과 재 리뷰 마지막 편입니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쓰면서 저도 놀랍네요 ㅎㅎ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 있어서 하나 더 써보려 합니다. 순수하게 영화 이야기라기보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는 우리한테 꽤 친숙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싸이월드가 유행하면서 아바타가 엄청 유행했었잖아요. 나를 대신해서 표현하는 온라인상의 또 다른 캐릭터. 옷도 사줄 수 있고, 감정도 표현할 수 있고, 집도 꾸며줄 수 있었던 그 아바타요. 그래서 이 영화의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출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온라인이 아니라 실제적인 일이라는 게 다른 점이죠. 신경과 감각을 원격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달고 아바타로 정신이 들어갔을 때, 과연 그것도 나라고 할 수 있는가. 생각도 내 생각이고, 느끼는 감정도 내가 느끼는 거고, 단지 외형만 달라졌을 뿐이라면, 그게 나인가요? 그렇다면 나는 동시에 두 군데에 존재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죠.
더 나아가서 2편에서 쿼리치의 경우처럼, 본체는 죽고 기억과 감각을 백업해서 새로운 아바타의 몸에 업로드했다면 어떨까요. 본체는 없어졌고 새로운 육신에 들어간 내가 나인가. 기억과 감각이 모두 백업됐다고 해도 그게 정말 온전한 나의 것이 맞는가. 이 아바타는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몸체에, 다른 능력에,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완전히 다른 형체로서의 삶을 사는 나는 과연 기존의 나와 같은 나인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질문들이 계속 꼬리를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자아는 무엇인가. 결국 아바타라는 장치를 통해 감독이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슬쩍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툴쿤을 처음 봤을 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고래였습니다. 엄청나게 큰 몸체, 새끼를 낳는 포유류처럼 보이는 모습, 새끼를 옆에 데리고 다니는 동물, 지능이 높고 자기들만의 언어와 소통 방식이 있다는 것.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다들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이건 고래 이야기구나, 하고요.
실제로 무분별한 포경으로 고래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감독이 판도라라는 행성을 빌려서 그 메시지를 담은 거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연을 자원으로만 바라보고, 생명체로 인정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인간 중심적 시각이 이 영화 전반에 걸쳐 아주 노골적으로 그려집니다. 재미있는 건, 판도라에서 그런 일을 하는 스카이피플을 보면서 우리는 당연히 저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영화를 보면서 스카이피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체를 학살하고, 나비족을 침략하고 괴롭히는 모습에 다들 안타깝고 화가 나겠죠.
근데 잠깐 생각해 보면, 그 스카이피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거입니다. 지금 지구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생명체를 무분별하게 죽이고, 문명화라는 이름 아래 다른 민족의 터전을 헤집고 다니는 일들. 이건 유구한 역사 속에 우리 인간들이 해왔던 일이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그들을 욕하면서,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안그렇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를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저도 안 그렇다고 말할 수 없어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그 스카이피플의 행동 방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의 터전인 지구에서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예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제이크 설리는 사실 외부인이에요. 나비족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스카이피플이었습니다. 아바타를 이용해서 나비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것 하나만 봐도 나비족과 다르죠. 그런데 그 외부인이 결국 역경을 거쳐서 나비족의 우상, 토르크막토가 됩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짜릿한 서사 구조이긴 합니다. 영화적으로는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게 외부인이 들어가서 영웅이 되는 서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와의 선택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선택을 받아서 아이를 잉태한 것도 결국 인간 과학자였고, 인간에게서 나온 아이가 어떤 나비족보다도 영적으로 강력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도 꽤 아이러니한 지점이에요.
이런 것들이 의도된 장치인지, 아니면 그냥 흘러간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아바타 시리즈는 정말 단순한 SF 액션 영화 그 이상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인 아바타 4에서 이 모든 질문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아바타 4 불과재에 대한 추가 정보와 베라노의 또 다른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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