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3 불과 재, 벌써 세번째 리뷰입니다. 이번 영화는 이야기나 세계관만큼이나, 인물 하나하나가 남기는 여운이 정말 큰 영화였습니다. 벌써 세편으로 길어지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한 편만으로도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저는 리뷰를 나눠 쓰는 게 잘한 일이라고 느껴지네요. 첫번째 리뷰에서는 가족과 상실, 두번째 리뷰에서는 불의 부족과 세계 확장, 그리고 이번 세번째 리뷰에서는 인물들을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로아크, 키리, 그리고 쿼리치 대령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해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같이 적어보겠습니다.

말 안듣던 말썽꾸러기에서 책임감있는 아이로 성장한 로아크
로아크는 둘째 아들인데 사실 2편부터 사고뭉치 같은 느낌으로 나왔습니다. 계속해서 말도 안 듣고, 하라는 건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꼭 밖에 나가서 사건 사고를 만드는 애가 바로 로아크였습니다. 이번 편에서도 역시 하지 말라고 한 걸 몇 개 하기는 합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2편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느꼈습니다. 아마도 2편에서 형을 잃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죄책감과 자책감을 같이 안고 살아서 반발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최대한 참고 버티려고 노력하는 편으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아유 얘는 진짜 말 안 듣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던 캐릭터였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번 편에서 로아크가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형의 부재한 자리를 보면서 이제 본인이 그 자리를 좀 채워가려는 모습이 보이고, 아빠인 제이크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더 분명해졌다고 보입니다. '나도 전투 같은 데에 참여해서 가족과 부족을 지키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분명해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로아크는 툴쿤 형제와 엄청 강하게 본딩을 맺고 있었는데, 이 툴쿤의 마음까지도 바뀌게 하는 장면들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툴쿤들은 원래 ‘절대 살육을 하지 않는다, 살육이 살육을 부른다’라는 믿음 때문에 공격적이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로아크는 지난 2편에서처럼 막무가내로 우기거나 조르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어린 툴쿤들과 함께 뜻을 모아서 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그 부분 자체가 굉장히 성장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툴쿤 족을 설득을 해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도 제이크가 로아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툴쿤들을 설득하는 것은 토루크 막토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고요. 그만큼 자랑스러워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로아크가 정말 많이 커 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4편이나 이후 편에서 로아크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이크를 이어 또 다른 토르크 막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도 같이 해보았답니다.
‘영적인 아이’에서, 판도라의 질서를 뒤흔드는 아이가 된 키리
키리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친딸은 아니지만, 거의 친딸처럼 키운 입양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키리는 엄마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판도라에 처음 연구하러 들어왔던 과학자였고, 전투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던 인물이었습니다. 나비족들이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죽고 말았고, 그때 임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키리는 아빠를 모른 채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키리는 항상 영적인 아이였습니다. 에이와와도 소통이 잘 되고, 자연이나 판도라의 생명체들과도 소통이 잘 되는 친구였습니다.
이번 편에서도 이런 능력을 많이 보여줍니다. 바다 생물들을 이끈다든지, 자연의 흐름을 읽는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그만큼 키리 자체도 혼란스러워합니다. 2편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계속해서 힘들어하던 키리의 질문은 3편에서도 계속되더군요. 나는 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에이와가 나와 더 이상 소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에 대해서 키리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물음과 의문이 가득한 상태로 계속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영화에 꽤 많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2편을 봤을 때는 키리를 보면서 '이 아이 사춘기가 세게 왔구나'라고 느꼈던 장면들도 있었는데, 후반부에서 능력을 쓰는 걸 보면서 ‘이건 뭔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3편을 보니까 확실히 영적인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를 살리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스파이더는 인간이기 때문에 판도라 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마스크가 항상 필요합니다. 그런데 공격을 받은 뒤 배터리가 나가서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때 키리가 갑자기 무언가 계시를 받은 듯, 바닥의 풀숲에 스파이더를 눕힌 뒤 자신의 능력으로 자연들과 소통하면서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본인도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모르는 듯한데, 결국 판도라의 균체들이 스파이더 몸속으로 들어가서 스파이더의 몸 안 생태계 체계를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스파이더가 살아나고, 판도라의 공기를 마시셔 살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스파이더에게는 엄청난 도움이지만, 나비족 입장에서는 무서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들이 이 원리를 파악해 적용하면, 인간들이 판도라에서 쉽게 숨 쉬면서 살아남아 식민지화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이크도 바로 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판도라가 결국 지구처럼 망가질 수 있다는 불안함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는 중간자이면서도 가족이자 위협이 되는, 묘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어쨌든 키리는 이런 식으로 능력을 점점 더 크게 발휘하는 인물이 되고, 앞으로 후속편에서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예언자가 될지도 모르겠고, 에이와와는 결국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이어질지, 그게 가장 큰 궁금증으로 남았습니다.
뼛속까지 스카이피플, 하지만 스파이더의 아버지인 쿼리치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쿼리치 대령입니다. 쿼리치는 사실 인간으로서는 죽었다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기억과 기술, 모든 것이 백업되어 있고, 그것을 자신의 아바타에 이식해서 다시 활동합니다. 겉모습은 아바타지만, 마인드와 사고방식은 거의 인간 시절 그대로인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인간 시절에 받았던 명령을 그대로 따릅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처럼, 군인 정신을 끝까지 붙들고 상부의 명령을 받아 제이크 설리를 잡아들이려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복수도 하고 싶어하고요. 이번 편에서도 설리를 추적하고 맞붙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 그 집요함이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이 본인의 아들인 스파이더에게만은 가끔씩 부성애를 보입니다. 판도라의 생명체에 대해서는 자비가 전혀 없고, 설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면서도, 스파이더 이야기만 나오면 태도가 묘하게 바뀝니다. 스파이더를 구하고 살리기 위해 제이크와 협력하는 모습도 나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스파이더를 챙기려는 장면들이 계속 언뜻언뜻 보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죠. 핏줄이 당기는 건가 싶다가도, 아바타로 살아가는 존재에게서 이런 감정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철학적인 질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이크가 중간중간 쿼리치에게 던지는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눈을 가졌지만 보는 방법을 모른다, 눈을 제대로 뜨고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연과 소통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식의 말들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후반부에 가서 마음을 고쳐먹나, 뭔가 각성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완전히 변하지는 않더라고요. 끝까지 바뀌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렇지만 스파이더 앞에서만 보이는 그 흔들림이 이번 편에서 꽤 중요한 장치로 쓰였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에 쿼리치가 격투 끝에 스스로 포기하고 떨어지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지만, 이번에도 완전히 죽는 모습은 아니어서 다음 편에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히려 떨어진 뒤 자연에게 치유를 받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판도라의 상황을 깨닫게 되는 방식으로 다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며 직장동료들과도 얘기해봤답니다. 동료들 대부분도 죽는 모습이 안나왔으니 또 나올 것 같다고 입을 모으더라구요.
그 외에도 설리 패밀리 막내는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오빠와 언니들이 하는 걸 가만히 두지 않고 참여해서 도와주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설리 패밀리는 하나다’라는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물 부족 산호족의 아이들도 이번 편에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2편에서 철없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엔 다 커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킬 줄 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친구의 길이 내 길이다”라고 말하면서 로아크를 지지하고 도와주려는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친구들에게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도 태어납니다. 임신한 상태로 전투에 나가 싸우고, 부족과 행성을 위해 끝까지 움직이는 모습은 숭고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부상을 입고 진통이 오면서 출산을 하게 되고, 네이티리에게 아이를 꼭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새로 태어난 그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커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아바타 3는 인물들이 단순히 사건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질문과 선택으로 세계를 만들어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장면 다음 이야기가 계속해서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함이 같이 생기다보니 이렇게 할 말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요, 다음에는 ‘아바타’라는 존재 자체, 아바타에 담긴 사회 비판적 메시지, 철학적인 질문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써보고 싶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하루 종일 얘기하고 싶은 영화, 아바타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