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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이터널스라는 존재, 갈등과 균열, 신화적 연출)

by notesbyverano 2025. 11. 26.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마블 시리즈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 중 하나입니다. 아아언맨을 필두로 각 인물들의 개별 영화와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빠짐없이 봤는데요, 이번에 리뷰할 이터널스 역시 마블 시리즈 영화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나 결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긴 합니다. MCU가 보통 빠른 전개와 강한 에너지로 이어지곤 하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흐름을 천천히 잡고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세월의 무게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이 마블에서는 꽤 실험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호불호도 자연스럽게 갈릴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다 보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꽤나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이터널스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오래 살아온 존재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의 선택’에 대한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이터널스 포스터 이미지

인간과 함께 살아온 존재들의 선택과 갈등

이터널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들이 처음부터 인간을 구하기 위해 존재한 영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본인들만의 임무를 위해 이 땅에 내려왔고,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과 고민이 이 영화의 기초가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단순한 히어로물에서 보기 어려운 서사의 깊이가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비현실적인 존재이긴 하나, 우리에게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신화 속 인물과도 겹쳐져 몰입감을 더 높여준 것 같습니다. 이런 이터널스들이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역사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애정이 생기고, 어느 순간에는 답답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끔은 서운해하고 분노하는 모습도 보여주죠. 또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물어보며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저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이들이 전능한 신과 같이 살아오고 있었음에도 결국은 ‘인간을 사랑하게 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순히 로맨스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무한히 신뢰하는 태도로 표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감정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에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기도 하는 등 갈등의 씨앗이 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흥미롭게 이끌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갈등 끝에 결정한 선택의 무게는 결국 단순한 영웅의 고민이 아니라, 오래도록 자신이 지켜온 모든 것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팀의 균열이 드러내는 이터널스의 진짜 얼굴

히어로 팀이라고 하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이터널스는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 중에 하나였죠. 팀을 이끄는 사람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수천 년 동안 억눌린 감정 그리고 각자의 신념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저는 이 균열이 단순한 갈등 요소가 아니라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핵심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드루릭, 이카리스, 세르시, 테나, 킹고… 이 인물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모두 각자의 행동에 대한 이유와 기준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인간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믿고, 누군가는 더 큰 질서를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누군가는 그 책임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싶어 합니다. 이처럼 각자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팀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균열이 당연하게 생깁니다. 이런 내부 갈등을 보며 ‘신적 존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 강하게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신화적 세계를 시각화하는 영화의 연출 방식

이터널스를 볼 때 또 하나 인상 깊은 건, MCU 안에서도 유난히 독립된 분위기를 가진 연출입니다. 광활한 풍경과 조용한 인물의 표정, 그리고 강렬하게 들어오는 음악이라던가, 또 빛의 활용까지 모든 요소가 촘촘히 짜여져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출 방식이 캐릭터 개개인의 인생과 살아온 시간의 깊이를 전달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이 겪어온 세월이 장면마다 조금씩 묻어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는 신화와 현실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고대 문명 장면의 웅장함과 현대 세계의 단정한 분위기가 큰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 연결 덕분에 캐릭터가 실제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라는 느낌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액션 장면 역시 과하게 화려한 방식보다는 캐릭터의 능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개연성을 크게 해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되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마블 영화

이터널스는 빠르고 화려한 마블 영화들의 흐름 안에서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웅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 오래 살아온 존재들로서의 고민, 신념 사이의 충돌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터널스라는 이름처럼 오래도록 곱씹어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