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저렉션은 개봉이 확정되고 공개되기 전부터 정말 엄청나게 기대하고 기다리던 작품이었습니다. 매트릭스 3편 이후 정말 정말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다시 나온 후속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가움보다도 ‘정말 다시 나온다고?’ 라고 생각하며 엄청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개봉하는 날만 손 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저와 같은 매트릭스의 엄청난 팬이라면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특히 예고편에서 매트릭스 시리즈를 함께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가 그대로 등장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마음이 뭉클하고 벅차오르더군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만의 가상 세계가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었고, 오랜만에 매트릭스를 봤었던 그때의 그 감정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 팬으로서, 어떤 평가가 나오든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고, 그래서 ‘완벽한 후속작이기를 바란다’는 기대보다, 그냥 즐겁고 행복하게 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돌아온 세계가 주는 묘한 반가움
리저렉션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꼈던 것은 “이 세계를 다시 만난다”는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매트릭스 특유의 초록빛 화면, 매트릭스와 현실세계가 뒤섞이는 구조.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요소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전체 작품의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과정은 저같은 오래된 팬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클래식한 연출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1편의 유명한 명장면들을 오마주하여 현대적으로 표현하거나, 과거 장면을 의도적으로 인용하면서 매트릭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러한 연출 방식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고, 누군가는 정신없어 보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편부터 시리즈를 모두 봤던 저로서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리저렉션은 스스로가 후속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위치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과거의 장면들을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고 매우 반갑기도 했습니다. 게임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네오가 ‘매트릭스’라는 이름의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설정부터가 그렇습니다. 영화 속 네오는 다시 모든 기억을 잃고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결국 기계가 이긴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현실 속 관객들이 알고 있는 매트릭스라는 세계가 비슷하게 영화 안으로 들어오면서, 마치 관객 또한 영화 속 세계에 함께 발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이 보여주는 매트릭스 내부는 이전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부드러운 디자인을 사용합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시각적 효과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문화적 업그레이드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변화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트릭스 세계관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시리즈가 가진 미감이 얼마나 견고했는지를 다시 실감했습니다.
물론 이 ‘재현’의 느낌은 누군가에게는 지나친 자기반복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방식이 몇 년간 오래 비워진 매트릭스 3편의 시리즈와 이번 편 사이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다시 채우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와 관객, 그리고 시리즈의 과거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리저렉션의 초반부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다시 마주하는 장면의 감정
어쩌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관계일 것입니다. 리저렉션은 두 인물이 다시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쌓아 올립니다. 영화 초반, 이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둘 사이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고,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들이 아주 서정적으로 표현됩니다. 지난 세편과는 또 다르게 표현되는 부드러움이었습니다. 저는 이 흐름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네오는 여전히 혼란 속에 살고 있지만, 과거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시감과 묘함이 계속해서 느껴지고 알 수없는 일이 자꾸만 일어나기도 합니다. 트리니티 역시 현재의 삶 안에 갇혀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결핍 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리니티는 결혼하여 남편과 아이들까지 있는 몸이죠. 트리니티의 가족들이 나타났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이 둘은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매트릭스 시리즈 전체에서 반복된 질문, 즉 “선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주제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번 영화는 네오만의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리니티 역시도 서사의 중심에 완전히 올라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를 완성하는 선택’이라는 방향으로 강조됩니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서 트리니티가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기억하는 장면은, 레저렉션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이 결말은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시리즈를 오래 좋아해온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네오와 트리니티는 언제나 서로의 거울처럼 존재했고, 이번 작품은 그 관계를 완전히 다시 세우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네오와 트리니티가 서로를 선택하는 바로 그 선택이 얼마나 강력하고 파괴적인지를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하죠.
이 과정을 보는 동안 여러 번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단순히 ‘오랜만에 만난 캐릭터들’이라는 감정보다,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던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바라본 매트릭스 시리즈의 마지막
사실 리저렉션은 평이 나뉜 작품입니다. 저만큼이나 기대를 가득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사람들도 있고, 더 큰 만족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메타적이고 기존의 액션 스타일과도 많이 달라졌으며, 시리즈 특유의 철학적 깊이가 약해졌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저처럼 시리즈 전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계가 다시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물론 후자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리저렉션이 아주 완벽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1편의 혁신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었고, 2편과 3편이 구축했던 세계관의 무게도 조금 다르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시리즈가 세대와 시간을 넘어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감독 라나 워쇼스키가 개인적 상실을 겪은 뒤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후일담을 들으면, 왜 이 영화가 이렇게 ‘관계’와 ‘사람’의 감정에 집중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또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선택', '사랑', '인간적인 삶' 등의 키워드와 메시지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부분도 아주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오와 트리니티를 다시 봤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세월이 흐른 두 배우가 그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는 팬에게 일종의 ‘편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과거를 향한 인사이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던 세계를 다시 꺼내 보여준 선물 같은 시간이었죠. 물론 모든 배우가 다 그대로 다시 나온 것이 아니어서 그건 아쉽기도 했습니다. 모피어스 역을 연기했던 로렌스 피시번까지 등장했다면 그야 말로 대단했을 텐데 말입니다.
리저렉션은 호불호가 뚜렷했지만 저는 정말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봤고,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매트릭스 세계는 제 영화 취향을 만든 중요한 작품 중 하나였고, 리저렉션은 그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후속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매트릭스 전체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