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1은 마블 세계관 안에서도 유독 톤이 다른 작품입니다. 한창 마블의 핵심 라인업 영화들을 챙겨 보던 시절에도 이 시리즈만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는데, 그 특유의 B급 감성 때문이었어요. 가볍고 엉뚱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저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았고,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하는 선입견이 꽤 컸습니다. 그런데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챙겨보고 나니, 이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결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하 '가오갤')을 보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왜 그렇게 많은 팬들이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매력적인 인물들이 숨어있었고, 예상 밖의 재미와 매력이 있 작품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가 만든 가오갤만의 색깔
가오갤 1편의 가장 큰 힘은 팀을 이루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자연스레 조화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히어로 영화에서는 주인공 한 명의 존재감이 중심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그 역할이 어느정도 나눠져 있다고 봅니다. 피터 퀼이 주요한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무게가 퀼에게만 쏠리지 않고 다른 팀 멤버들 전체가 각자의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터 퀼을 먼저 보겠습니다. 퀼은 영웅적 위엄보다는 능청스럽고 허술한 면이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그 허술함이 이야기 전체를 흐리기보다는, 팀의 분위기를 가볍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퀼의 연인인 가모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강단 있고 단단한 캐릭터인데,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타입이 아니라 자기 판단이 명확하고 분명해서, 전체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가오갤 팀 내에서 여성 캐릭터가 단순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중요한 서사를 갖고 있다는 점은 저에게 특히나 매력적인 포인트였습니다.
다음은 드랙스입니다. 드랙스는 진지함과 우직함으로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말 그대로 곧은 사람이라 오히려 예기치 못한 웃음을 줍니다.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종종 너구리라고 생각하는, 사실은 라쿤인 로켓은 까칠하지만 능력은 확실한 캐릭터이고, 그 대척점에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그루트는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다섯 명이 함께 했을 때 팀 특유의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앞서 말한 것 처럼 누구 하나가 압도적인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각자의 결핍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서로에게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이 결합 방식이 가오갤의 전형적인 ‘B급스러움’을 유지하며 중심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는 이야기에서 보이는 관계성
가오갤을 보면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이 팀이 의도한 건 아니었음에도 시간이 점점 지나고 많은 일을 함께 겪으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자라나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모였을 뿐이고, 그 와중에 이익이 맞아 떨어져서 움직이는 일종의 집단 같은 분위기였지만, 함께 부딪히는 사건들이 쌓이면서 관계의 결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를 이용하는 단계에서 시작했음에도, 예상하지 못한 신뢰가 그들 사이에 생기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함께한다’는 의미가 만들어지는 흐름이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피터 퀼과 욘두의 관계였습니다. 가오갤을 본 사람들이면 욘두와 아버지의 합성어인 '욘버지'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욘두와 퀼이 혈연은 아니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부자 관계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피터 퀼의 친부는 워낙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어서 가족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존재입니다. 우주적 배경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이다 보니 사고방식도 인간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 사랑이나 책임 같은 감각은 알고 이해하긴 하지만 그 의미까지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는 퀼의 어머니와 퀼을 지구에 버려둔채 우주로 떠난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런 환경에서 피터를 보호하고 키워낸 존재가 오히려 욘두라는 점이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욘두는 완벽한 아버지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따듯한 정이 느껴지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퀼을 지켜왔다는 게 드러납니다. 피터 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더 이해하는데, 이 지점이 가오갤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감동적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팀 내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켓과 그루트가 서로를 챙기는 방식, 드랙스가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언제나 한가운데에 있는 모습 등은 모두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 또 다른 가족 형태’를 보여준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오갤이 다른 마블 영화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장면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웅적인 내러티브보다 사람들이 서로 곁을 내어주는 방식, 그리고 우연처럼 시작된 관계가 어느 순간 가족의 형태로 자리 잡는 과정이 자연스럽거든요. 원래의 자신이 가진 상처와 배경이 다 다른데, 그럼에도 모여서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팀이 되는 흐름이 꽤 따뜻했습니다. 보면서 저도 제 주변에 가까이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멋진 음악이 완성한 가오갤만의 분위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1을 이야기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 작품의 개성을 완전히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OST입니다. 선곡이 너무 정확해서 영화 장면들이 음악과 함께 떠오를 정도인데, 이 음악들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캐릭터의 정서와 이야기의 흐름까지 잡아줍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몰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가오갤 시리즈에 관심도 없었고 볼생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워낙 많은 팬들이 '가오갤은 음악이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도대체 어떻길래 이런 평이 많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었습니다.
피터 퀼이 지구에서 가지고 온 카세트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그의 과거이자 추억이 담긴 물건입니다. 그리고 그 음악이 우주 곳곳에서 들려오는 순간, 이야기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짐을 느낍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끝없이 펼쳐지는 깜깜한 우주 한복판에서 70~80년대 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노래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우주 조차 친숙하고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우주 세계도 바로 옆동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래서 더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조합 덕분에 가오갤은 기존 마블과 완전히 다른 톤을 확립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이 OST만 따로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듣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영화 안에서도 정확한 타이밍에 흘러나오고, 그 순간마다 캐릭터의 감정이나 장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잔상이 오래 남는 음악들이어서, 영화 전체가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느낌을 줍니다.
우주 배경의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장치였고, 팀의 서사와 연결될 때 더 빛났습니다. 또 지구를 떠나 있으면서도 언제나 자기의 뿌리를 그리워하는 퀼의 정서와 감정도 표현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오갤만의 그 특유의 ‘익살과 따뜻함이 섞인 분위기’가 완성된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음악이 차지한다고 느껴집니다.
가오갤을 꽤나 재밌게 봐서 나머지 시리즈도 천천히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가오갤 1편도 다시보고 그 뒤 시리즈도 몰아서 봐야겠습니다.